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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반)이야기

제2회 대구레코드 페어!!!

chocho(조)의 탄노이(tannoy) 2019. 10. 31. 09:39

제2회 대구레코드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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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가을한 바람이 불었다.

어제까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비를 뿌려대던 하늘도

오늘은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작은 나뭇잎들의 가을 군무!

셀 수도 없이 많은

파란 나뭇잎들이 갈바람에 살랑거렸다.

 

하지만 한낮엔 

철 지난 여름날을 방불케 한다.

 

마치 베두인들이 사는 사막 같은 날씨다.

낮엔 반팔을

밤엔 긴 외투를 걸쳐야만 했다.

 

파란 나뭇잎들은 아직도 

가을낮의 붉은 햇살과

가을밤의 노란 달빛을 머금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늘 속에서 

그동안 쌓인 정담을 나누며

서로의 눈빛을 향해 

다정한 사연들을 띄우고 있었다.

 

올가을 단풍은 더 늦다.

남풍은 끊임없이 가을태풍을 만들고

북풍의 아직 한계령을 넘지 못했다.

 

파란 은행잎들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노랗게 물들어가는 몇몇 나뭇잎들만이

가을임을 알리고 있었다.

 

훌~쩍~ 한해가 지났나 보다

김광석거리 한 곳에 옹기종기 다시 모인

뾰족한 몽골텐트들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제6회 방천아트페스티벌~

올해로 두번째 맞는 대구레코드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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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광석거리 야외공연장엔 하얀 지붕막이 씌워졌다.

이제, 공연중에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따가운 햇살을 손으로 

가려야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대구레코드페어는 

방천아트페스티벌의 행사속에서 탄생해 성장하고 있다.

2019 방천아트페스티벌의 행사는 

작년보다 한층 정돈되고 풍성해 졌다.

 

소담스런 다소리 캠프엔

오전부터 여러 회원님의 모습들이 보였다.

 

텐트 바깥쪽엔 내일 있을 예정인 

곱창전골 사토 유기에 한정반 싸인회의 현수막이 걸리고,

 

텐트 안쪽엔

AR2ax 스피커와 AR 인티앰프 소니 턴테이블!

나뭇잎 절편과 찐 땅콩, 믹스커피 등이 

다소리캠프를 찾는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캠프 옆으로는 대구와 서울에서 온 LP가게들이 길게 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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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막구조물 준공식이 끝나고~~~

드디어! 

야외공연장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시작되었다.

 

계명대 학생들의 난타공연!

부산에서 온 재즈그룹 레인메이커!

대구에서 활동하는

마쌀리나와 신촌블루스 객원가수 출신의 신재형!

그리고, 서울에서 온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 밴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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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공연의 백미는 역시!

김목경밴드의 라이브 공연이었다.

 

ㅡ멈추지 말아요

ㅡ플레이 더 블루스

ㅡ부르지마

ㅡ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ㅡ외로운 방랑자 등의 노래와 연주가 이어졌다.

 

특히, 김광석 거리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을 때엔

왠지모를 가슴 찡한 난마같은 감정들이 뒤섞여 왔다.

 

김목경씨는 

김광석과의 에피소드를 이렇게 전했다.

 

" 어느날 광석이 한테 전화가 왔어요.

형! 내가 60대 노부부 이야기 내가 부르면 안될까?

다시부르기 2집의 마지막곡으로 넣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이미 제 1집에 들어있었던 노래고,

요즘처럼 저작권이 없었던터라

아무나 불러도 괜찮은 노래였어요. 

 

그래 불러~ 괜찮아! 라고 말했죠.

 

그러자 광석이가

형! 곡비는 얼마나 주면되요? 라고 말했습니다.

 

근데, 그 때 제가 광석이에게 빌린 돈이 있었거든요.

야! 곡비는 그걸로 퉁치자! 했죠^^*

 

이 장소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부르니까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

 

물각유주(物各有主)라 했던가?

이렇게해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김광석의 목소리로 재 탄생되었다.

 

 

다음날!

 

쾌청한 하늘은 높고 맑았다.

지나가던 몇조각 구름들이 걸음을 멈추고

고요히 행사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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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행사 이틀째~

다소리 캠프엔 사토 유키에 싸인행사로 분주했다.

 

누군가

사토 유키에가 태어나 싸인을 제일 많이한 날일꺼라고 말했다^^~

 

휴일을 맞은 김광석거리엔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 입은 학생들과

가족단위로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여기 저기서 LP판들을 고르고

잊혀져가는 카세트테이프를 구경하고

귀에 익은 음악이 담긴 CD를 구입하는 모습들이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지난 추억이 담긴 음악을 함께 듣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느껴졌다.

 

개인 사정으로 뒤늦게 행사장을 찾은

몇몇사람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을 제외하곤 대구레코드페어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대레페가 서서히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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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잘사는 집 거실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대접받고 있던 전축!

전축이란 말이 아득히 사라질 무렵! 

 

시대의 흐름에 밀려 퇴물 취급을 받던 

LP의 화려한 '왕의 귀환'이 시작되었다.

 

진정! 아이러니는 

아이팟을 만들어 전 세계 mp3 시장을 장악한

애플의 스티브잡스도 정작 본인의 집에서는

LP를 즐겨 들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젊은 세대들도 LP를 좋아한다.

아이돌가수들도 LP를 낸다.

잘만든 앨범의 표지를 보면 마치 미술작품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음반을 꺼내고, 닦고, 올려야 하는

다소 번거로운 과정속에

대중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LP의 따뜻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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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의 행사가 종착역에 다다를 무렵! 

문득,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어느 노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김광석거리에 참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

 

저 노부부들은 무슨 얘기들을 주고 받을까?

저들이 찾은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교차할 무렵~

얇은 벨벳 같은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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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가 가까워지자 모든 행사는 끝이 났다

마지막까지 남은 10여명의 회원들과 부근 순두부집에서 조촐한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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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떠난 자리는 쓸쓸했다.

왠지모를 아쉬움에

다시한번 김광석거리를 한바퀴 돌았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깊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어디선가 처연한 바람이 불어왔다.

 

 

텅비어가는 

김광석거리에 홀로 던져진

한 잎 낙엽만이

수신인 없는

긴 가을편지를 쓰고 있었다.


*이글은 대구 "다소리"동호회 에서 옮긴글 입니다.